5월의 길고 긴 황금연휴, 드디어 오래전부터 꿈꾸던 전남 순천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3월부터 야심 차게 준비했던 장거리 여정. 서울에서 무려 9시간이 걸렸다.
출발한 지 4시간쯤 지나 충남 예산 근처에서 ‘그냥 돌아갈까’ 고민도 여러 번 했지만,
결국 오전 10시에 출발한 차는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순천의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어렵게 예약한 나이트투어는 놓쳐버렸고,
겨우 간단한 저녁으로 배를 채우며 우리의 순천 여행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 '남도밥상'한정식집 없는 곳은 없고
그중 으뜸은 순천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가난한 여행자에게 사치였을까?
직접 가서 만나본 순천의 밥상은 '글쎄?'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1. 아랫장 야시장 '육전, 동태전'
순천에는 원래 윗장과 아랫장이라는 특이한 지명의 시장이 존재한다.
우리 숙소는 아랫장과 가까웠으므로 도착하자마자 지체 없이 아랫장으로 아랫장으로....
어라? 분명 7시인데? 다 문 닫았다.
그냥 쿵짝쿵짝 소리 따라가보니 야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규모가 야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아파트단지 알뜰장 수준이었다. 더더군다나 먹거리는....ㅠ.ㅠ
아랫장으로 검색하면 의례히 나타나는 전집이 있긴 했지만
'너무했다'싶은 정도였다. 이게 한 접시에 7000원. 일단 양이 너무 작았고 맛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 물가가 너무 올랐으니 그럴 수 있지'
결국 딸들의 성화에 달걀말이 한 접시 추가해서 대충 때우고 나왔다. 홍합탕도 물론 돈 주고 산거다.
2. 역전시장 두부전문점의 '콩나물해장국'
다음날 아침, 시티투어를 예약한 우리는 순천역 쪽으로 나가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오르기로 했다.
역에는 늘 아침을 여는 식당이 있을 테니까...
우리의 예측은 빗나갔다. 별로 없었다. ㅠ.ㅠ
결국 찾고 찾아낸 곳이 역전시장 안에 있는 두부요리 전문점.
아침이고 버스도 장시간 타야 하니 순하게 먹자는 생각에 들어갔다.
급하다 급해! 분명히 두부집이다. 근데 두부전골이 안된단다. 육수가 없단다.
결국 4식구가 제일 빨리 나오는 콩나물국밥으로 통일했다.
맛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간이 쎄서 짰고 특색 있지는 않았다.
두부가 먹고 싶었던 남편의 불평불만을 한 몸에 다 안고, 눈칫밥까지 한숨에 몰아넣었다.
아! 젊은 남자 사장님은 친절했다. 배회하려는 우리에게 길도 잘 알려주셨다.
3. 이인수 과자점 '볼카스텔라'
시간이 조금 남아 커피 한 잔 하려고 또 나섰다.
역 앞에는 온통 프랜차이즈 커피집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 없었다.
'역 앞이니 임대료가 얼마나 바싸겠어? 이런 곳에 개인카페가 살아남을 수 없지'
스스로를 토닥이며 눈에 띄는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이인수과자점'
사장님께 물어보니 '볼카스텔라'가 시그니쳐란다.
우리는 방금 밥을 먹고 간 직후라 아메리카노와 쿠키 몇 점을 먹었다.
사장님께서는 친절하게도 순천호수공원 쪽에 포레스트버거에 자기네 빵이 납품되고 있으니
꼭 먹어보라고 깨알홍보도 잊지 않으셨다. 아주 맛있다고...^^
나중에 순천드라마세트장에서 가이드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화월당'이라는 순천의 또 다른 제과점의 볼카스텔라는 하루 전 사전예약으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빵이라고 하셨다.
애석하게도 먹어보지는 못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낙안읍성을 돌아보았고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일단 연휴로 사람이 너무 많았고 우리는 시간이 없었다.
결국 꼬막을 먹고 싶다는 남편을 잠재우고
가장 빨리 되는 분식집에 들어가 우동과 온메밀로 점심을 때웠다.
저녁은 괜찮은 곳으로 가자 약속하고 숙소로 돌아와 뒤지고 뒤졌으나 문을 닫거나 예약이 안되거나...
결국 숙소 근처의 유명한 백반집 '흥덕식당'으로 향했다.
4. 흥덕식당 '백반정식'
순천맛집을 검색해 보면 반 이상이 이 집을 손꼽는다.
내돈내산 한 우리의 대답은 '으응? 아니 왜? 여길?'
일단 가격은 저렴하다. 가성비 밥집 맞다.
다른 식당들이 일단 2만 원대에서 시작하니 9000원~10000원하는 이곳은 상대적으로 엄청 가성비 좋은거다.
잠깐!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사진을 잘 보시라... 찌개는 조기매운탕이 나오고, 가자미양념찜과 매운 게장, 꼬막등의 밑반찬이 제법 푸짐하게 나온다.
아이들이나 맵찔이가 먹을 반찬은 하나도 없다! (버섯볶음과 나물 있다.ㅠ.ㅠ)
우리 두 딸도 밥만 먹다 왔다.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산물과 생선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배부르게 먹었다.
식사 도중에 옆좌석에 부모님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딸을 동행한 부부가 들어왔다. 6명이다.
정식 4인분을 시켰다.
갑자기 직원이 화를 낸다. 분명 6명인데, 4인분을 시켰다고 좌석을 하나만 차지하란다.
아니... 저 반찬들을 먹자고 그럼 초3~4되는 딸들에게 정식 2인분을 시켜줘야 하나?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순간 욱했다.
손님이 넘쳐흘러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럼 아이들이 먹을만한 음식을 내놓거나, 그게 아니면 정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다.
노부부를 모시고 외식에 나선 탓이었는지 부부는 의외로 조용하게 눈칫밥을 먹었다.
요즘 이런 일들은 너무도 비일비재하고 관광지에서는 더욱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지..
아이 한 명을 키우자면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를 동행하시는 분들은 저 식당 가지 마시라~! 자리차지 안 하는 갓난아이만 된다.
방송과 SNS 많이 나온 맛집의 민낯을 톡톡히 보았다.
4. 아랫장 석쇠불고기
다음날 아침은 결국 편의점 국밥으로 때웠다.
단체여행을 오신 어르신들의 노하우를 보고 따라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냄비째 들고 오셔서 맛나게 드시고 길을 떠나셨다. 여행의 고수였다. 배울 건 배운다.
순천만 국가정원을 보고 점심에 다시 아랫장으로 돌아와
'석쇠불고기'를 먹으러 갔다. 고기를 먹어야지 도통 기운이 없다.
생각보다 아담했고,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기줄은 많았다.
30분 이상 기다려 들었갔다.
부부가 운영하셔서 테이블회전이 느렸다.
살짝 짜증이 나기 일보직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물은 찬란했다. 1인분 가격은 14000원.
우리 둘째는 엄지를 들어 이번 여행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극찬을 했다.
양념도 맛있었고 양도 적절했고 장아찌와 달걀찜조차 맛있었다고.
기다리면서 '알바 좀 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천에 머물면서 '그렇지. 여기 아르바이트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여기 가실 분들은 기다리겠노라는 인내심을 단단히 장착하시라
긴긴 연휴마다 집에 있자니 답답하고 나가자니 다 돈이다.
해외여행은 못 가도 국내라도 휘휘 돌아다녀보자고 나섰건만
올라오면서 우리 부부가 나눈 이야기는
"이러니까 다 해외로 나가지."였다.
지방 자영업자분들도 살아야지. 물가가 좀 올랐냐?
그렇지만 인심을 기대하고 간 외지분들께 제발 바가지는 씌우지 마시라. 우리도 봉이 아니다.
벌써부터 추석연휴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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