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는데 간병인이 필요 없다고? '간호간병' 꼼꼼히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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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이다!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 게다가 수술까지.

장기전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뿌리까지 흔들린다. 

누군가는 병실에서 간병을 해야 하고, 남겨진 가족들도 좌불안석. 

병원에서 내 맘을 아는 듯이 '간호간병병동'이 있다며 권했다. 

한줄기 빛처럼 '이제 됐네.' 안도하는 순간! "이건 뭐지?" 아차 했다! 

 

1. 낙상사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굳이 이걸 논하지 않더라도 가족 누구든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고령의 어머니가 새벽에 주무시던 방에서 미끄러져 낙상사고를 당했다. 

일단, 거동이 불가능 해 긴급하게 119를 불렀다. 

사설엠블런스-병원 응급실에는 사설구급차 연락처가 비치되어 있다. 물론 현금지급만 가능하고 거리비례요금이다.

 

2. 응급실뺑뺑이

평소 다니던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분명 팔과 허리 골절이 의심되는 80대 노인인데, 응급상황이 아니니 받을 수 없단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의료대란 '응급실뺑뺑이'구나! 

결국 119에서 수배해서 찾아낸 곳이 집 근처 정형외과전문병원 응급실. 

일단 급하니 모셨다. CT를 찍어보더니 당장 수술해야 한단다. 골절 맞다! 팔과 척추.

그런데, 비급여란다! 계속 옆에서 누군가 속삭인다. 비급여로 해야한다고...(이건 뭐지?)

옆에 있던 가족이 어머니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분인데 여기서 수술할 수 있냐 물었더니

의료진이 주춤한다.  

결국 몇 시간 고심 끝에 사설 응급차를 불러 최초 그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받아주었다. 

 

반나절의 검사, 검사, 검사.....

몇십만 원짜리 허리보호대를 맞췄고 

2주 후에 수술할지 말지 결정하겠단다. 

거동이 안 되는 노인인데, 입원도 안되고, 정 입원하고 싶으면 요양병원을 소개해 주겠단다. 

2주 후에도 다른 수술 일정들이 잡혀있어 본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줄줄이 이어지는 병원예약만 잡아주었다. 

 

결국 이어지는 주말이 걱정되어 잠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3. 요양병원 간호간병병동

재앙의 연속. 

간호간병병동이라는 곳에서는 6인 병실에 연배 비숫한 조선족 노인간병사 한 분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낙상의 충격으로 '섬망'이 온 어머니는 밤이나 낮이나 쉴 새 없이 집에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일어나셨고, 심지어 팔에 두른 깁스를 풀어버리셨다. 

 

(섬망(delirium)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의식 상태의 혼란과 인지 기능 저하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다. 주로 노인이나 중증 질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일시적인 뇌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섬망은 치매와 혼동되기 쉬운데,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질환인 반면, 섬망은 급성이고 일시적일 수 있으며 회복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방치하면 예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조기 인식과 치료가 중요하다.)

 

온 가족에게 지옥 같은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요양병원에서조차 분명 자기네는 '간호간병'병동이라고 했지만 

이런 환자는 간병인이 옆에 있어야 한다며 병원에 간병인이 상주할 것을 요구했다. 가족들이 교대하며 주말 이틀을 지켰다. 

결국 주말이 지나고, 곧바로 수술이 가능한 중소형급 종합병원 응급실로 어머니를 옮겼다. 

사고발생 사흘 만이다. 

거동이 불가능하니 사설응급차만 4번째 불렀고 전부 현금지급했다.

 

4. 종합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 병원 응급실에서 또다시 수많은 검사를 했고, 

팔은 바로 다음날 수술 스케줄을 잡았고, 

척추는 팔수술 이후에 회복상태를 고려하여 시멘트 시술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곳도 분명 중소형급 종합병원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내세운 병원이었다. 5인실 병동에 입원하셨다. 

간호간병서비스라는 말에 모든 걸 맡길 생각 하지마라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입원실 내에는 '간병인'이 없었다. 

 

처음에는 '뭐지?' 했다. 

알고 보니 이곳을 비롯한 종합병원들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은 

입원실에 간병인이 상주하는 형식이 아니라 

환자에게 '벨'을 쥐어주고 필요할 때 벨을 누르면 간병사가 뛰어와 도와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고령의 섬망'이 온 노인 환자는 별도의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가족들이 장기입원을 고려해 주말 내내 고심 끝에 '간호간병'병동이 있는 중소형급 병원을 선택했는데,

날벼락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 수술이 먼저이니,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돌보았다. 수술도 했다. 시술도 했다. 

 

5. 자랑이라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민낯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은 지쳐갔다. 

그 사이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붙어나 있었다. 

어머니는 이제 척추보호대를 차고 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열흘이 넘는 입원기간 동안 간병인이 옆에 있는 환자는 어머니뿐이었고 

간호사든, 간병인이든 어머니는 프리패스로 돌볼 생각조차 안 하고 "괜찮으시죠?" 하며 가버렸다.

 

결국 동생이 폭발했다. 

도와달라고 분명 벨을 눌렀는데 오지도 않고 와서는 빼꼼 쳐다보고 알아서 하라며 간병인이 가버렸다. 

우리는 분명 간호간병입원비를 더 내고 입원했다. 

그들에게 우리 어머니는 '봉'이었다. 

잠시 씻으러 집에 다녀올 테니 어머니를 부탁드린다고 했더니 

또다시 낙상위험이 큰 환자라 안된다고 간호사가 펄펄 뛴다.

분명 앞에 맹장수술하고 입원한 고령의 환자는 혼자 누워있는데 말이다. 

환자가 침대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디디면 간호스테이션에 벨이 울리는 매트가 깔려있다. 

우리 어머니는 심지어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간호간병병동인데 돈은 받으면서 간병은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 

 

그제야 깨달았다. 

고령의 노인환자들에게 간호간병병동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결국 어머니는 어제 퇴원하셨다. 온 가족이 처참하게 피폐해졌고 

엄청난 입원수술비청구서가 날아왔다.

 

사고는 예고하지도 않는다.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알 수 없다.

발생하는 순간, 정신 차릴 사이도 없이 휘몰아친다. 

누구 하나는 객관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간호간병서비스, 혹은 간호간병병동이라는 말에 혹해서 간병비를 아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병원을 선택하지 말기를..

정확히 물어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가라. 

나처럼, 우리 가족처럼 병원에 호구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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