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보육교사들에겐 바빠지는 계절. 이유는 간단하다.
매달 행사 챙기기 바쁘다.
4월 식목일은 양반이다. 화분 하나 심어서 보내면 되니 그건 일도 아니다.
근데 5월은 보육교사에겐 최악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까지 챙긴다.
(이걸 왜 어린이집에서 챙기는지 도무지 이해 안 간다.)
그리고 이 즈음 되면 현장체험학습도 나선다. 바깥놀이도 더 자주 나가게 되고.
그래, 유치원생이나 4세 아가들은 괜찮다.
이제 말도 잘 하고, 경험이 곧 배움으로 연결되는 시기니까.
그.런.데!
0세, 만1세(3세) 아가들을 데리고 간다고?
진심으로 묻는다. 이게 누구를 위한 활동인가? 아가들을 위해서?
0세 교사 1명당 3명, 만1세 교사 1명당 5명…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우리나라 어린이집 기준을 보자.
- 0세는 1:3
- 만1세(3세)는 1:5
- 만2세(4세)는 1:7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기저귀 차고 걷는 것도 서툰 아가들 여럿을 한 교사가 데리고 바깥활동을 한다?
말이 되나?
보조교사 있다고? 원장도 있다고?
천만의 말씀. 외부로 움직이면 차량 대절해야 하니까 모든 반이 다 같이 움직인다.
그럼 20~50명 단위다. 교사는 몇 명이 동행할까?
매년 가는 그 딸기농장, 적응이 안 된다
오늘도 다녀왔다. 딸기농장 체험학습.
매년 간다. 갈 때마다 적응 안 된다.
교사들끼리 농담처럼 말한다. “우리도 땅 사서 이런 농장이나 하나 차릴까?”
진심이다. 돈 이렇게 버는 거구나 싶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어린이집,유치원, 영유 차량들.
아이들을 우르르 내리고,
수경재배 딸기 비닐하우스로 돌진.
딸기 따는 흉내 낸다. 고작 10분.
놓칠새라 교사는 미친 듯이 사진 찍는다.
그 옆에는 돼지, 토끼, 염소 몇 마리 넣어둔 지저분한 우리.
동물원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쓴다.
냄새도 심하고, 아가들 손가락은 그물망 사이로 들어간다.
토끼에게 물릴까봐 걱정되지만… 일단 또 사진 찍는다.
씻지도 못한 딸기, 무농약이라고 그냥 먹는다
손 씻는 곳도 없다. 있어도 못간다. 너무 사람많아서.
딸기 씻는 곳? 그런 거 없다.
무농약이라고 그냥 먹으라는데,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건데 이래도 되는 건가?
준비한 요구르트 하나 주고
자리에서 졸고 있는 아이들 깨워가며 돌아가는 차량에 태운다.
기진맥진한 아가들.
“얘들아 자면 안 돼! 원 들어가서 밥 먹고 자야지~”
차에 딸기 박스 실어 복귀.
물론 그 딸기, 농장에서 딴 거 아니다. 시장 도매로 떼어온 거 다 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체험비는 1인당 18,000원.
그 후로는 사진전쟁
원에 복귀하자마자 교사들은 사진 정리한다.
키즈노트, 알림장에 올릴 수십 장의 사진.
AI 글쓰기 돌리고, 흠집 잡힐 사진 없는지 자체검열.
“우리 원은 프로그램이 참 다양해요~”,“밖에 나가서 활동도 많이 해요~”
부모들 보라고 연출된 하루.
아이들은 여기서 뭘 경험한 거지?
진심으로 묻는다.이게 과연 아가들을 위한 활동인가?
보육교사로서 부모님께 꼭 하고 싶은 말
👶 만2세 이하, 특히 만 0~1세는 현장체험학습 보내지 마시라 .
정말 위험하다.
맞벌이라 등원은 해야겠다면 “체험학습 안 보내고 원에 남겠다”고 말해라.
보통 0세 선생님들은 원에 남는다. 같이 있으면 된다.
근데 “0세도 아기띠하고 간다”는 원이라면?
그 원은 평소에도 인력 부족이다. 그런 곳에 아이 보내면 안 된다.
교사 콧바람 쐬자고 아기띠하고 허리 끊어지게 동행할 교사는 없다.
만 2세 이상이라면?
전날엔 일찍 재워라.
아침에 컨디션 안 좋다고 짜증 폭발하면 교사도 감당 안 된다.
열 펄펄 나는데 해열제 먹여서 보내는 건 정말 아닌 거다.
진짜 체험학습은 주말에 부모랑 손잡고
체험학습, 꼭 비싼 돈 주고 딸기농장 가야 하나?
🚫 차, 먼지, 동물똥 있는 농장
✅ 집 앞 놀이터, 공원, 마트가 최고의 체험학습장이다.
돗자리 펴고 도시락 먹고
아이가 보고 듣는 모든 걸 엄마 아빠가 함께 설명해주는 시간. 그게 진짜 배움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수십 장의 연출된 키즈노트 사진에 너무 열광하지 마라.
그건 교사들의 피, 땀, 체력으로 연출된 작품이다.
사진 예쁘게 잘 찍었지?
근데 아이 얼굴 편안해 보이던가?
진짜 좋은 어린이집은
📌 연출된 이벤트 대신
📌 안전하고
📌 편안하고
📌 경험 많은 교사들이 아이 눈높이 맞춰주는 곳이다.
보여주기식 프로그램? 그거 다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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